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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보이는 것은 늘 다가 아니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어떤 사람이,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사는 방식이, 사교성이 없어보이는 사람의 친구가 몇 명이나 될 지는 보이는 대로 다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어느 동네에나 살아보지 않고서는 바람이 어떤지 팔월의 햇살이 어떤지 눈이 자주 오는 편인지 얼만큼 쌓이는 지, 밤에 버스가 지나갈 때 주황 불을 켜는 지 노란 불을 켜는 지, 길가에 양귀비 꽃이 매 년 피는 지 대답 해 줄 수 없다는 말이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하와이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래서 돌고래도 맨날 보고 가끔 지나가는 향유고래도 보고 지느러미만 보고 저 올카가 지미인지 톰인지 새라인지 맞추는 일상을 살았으면 하고 있다. 문득 문득 하와이언 ..
내가 존재하는 소리보다 이 공간을 더욱 채운 냉장고 소리. 이 방에는 냉장고가 살아있다. 나보다 더 강력히. 냉장고 소리에 파묻혀 누워있다. 여름 날에나 있는 일이다. 발콘 쪽 큰 문을 열어 두었는데도 빠져나가지 않는 냉장고의 목소리가 나를 쫓아내려 하는 건가. 열린 문으로는 아무도 나가지 않고 들어오기만 한다. 이상하게 꾸웩대는 새가, 올 해 희한하게 많은 벌이, 꼭 집 혼자 있으면 어느새 들어온 자동차가, 하늘에 날아가는 헬리콥터가 두두두두. 냉장고 소리에 묻혀 있다보니 귀를 스치는 파리 소리가 새삼 신선하다. 윙 윙 하는 소리가 엄청 좋은 헤드셋을 끼고 듣는 영화 속 액션 장면 같다. 왼쪽 오른 쪽 윙윙 하니 소름이 돋는 생생한 소리가 냉장고보다 내가 더욱 살았구나 하고 깨워내어서 세수를 하러 화장..
동생에게 주었던 오래 전 엠피쓰리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노래가 흘러 나온다. 십대 때 듣던 노래들. 랜덤으로 넘기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추억들이 떠올라서, 애틋했던 그 시절 동네가 그리워져서 사 분 남짓한 시간이 어느 여름 하루가 되고, 삼 분 이십초의 시간이 어린 가슴에 처음 닿았던 쓸쓸한 바람으로 분다. 부푼 마음을 안고 탔던 비행기 안에서 울며 들었던 그 노래가, 스무살의 처음 맞았던 타지에서의 생일 전 날 밤이, 휴일 오후 혼자 해 먹었던 볶음밥이 서러웠던 시간이, 어슴푸레하게 내려 앉은 공기를 마시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 어딘가라고 들떠하며 조용한 주택가 언덕길을 내려오던 날이 랜덤으로 넘어가는 트랙에 남아있다. 잊었는 줄 알고 늘 아쉬워했던 그 기억들이 아직 내 귀속에 남아서 뉴런들 사이사..
시험 기간.. 졸리다. 파이팅!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재미라는 것은 참을성이라는 필터를 통해야 비로소 표출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있고........" 하루키 참을성이라는 필터 통과 중-
삼십 도가 넘는 더위에 헥헥 거리는데도, 여름답지 않다는 느낌적인 느낌. 이유는....... 매미였다. 매미.......... 매미가 맴맴 해야 되는데 너-무 고요한 것이지. 유튜브에 매미소리를 치니... 나오네...? 매미소리를 누군가 올려놓았다니... ㅋㅋㅋ 고마워요- 매미소리 틀어놓고 메밀국수 한 그릇- 여름이로구나! 매미소리가 이렇게 좋다니:) 어릴 적 베란다 그물망에 매미가 앉아서 하루종일 울어대서 쫓으려 가보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큰 매미에 겁을 먹고 쫓아내지도 못했더랬지. 시끄러움을 참고, 창도 못 열고 익어가고 있는데 나중 나중에 아빠가 오셔서 날려보내주셨지.... 그리운 어린시절 여름날들- '매미소리에 깊어지는 여름 봉숭아는 톡'
밤이 되었는데도 30도 밑으로 내려가지를 않는다. 덕분에 마치 여행이라도 온 듯 하다. 열한시가 다 된 구시가를 걸으면서 사진을 찍으니 기분이 꼭 배낭여행이라도 온 것 같다. 몇 년 전 만해고 자주 이렇게 다녔었는데 귀차니즘인지 요새는 주말에도 집에서 뒹굴거리기만 했네.. 미지근한 바람이래도 밤바람은 좋구나- 여름 밤 바람~
산산한 한여름 밤에 놀러가는 놀이공원:) 여름 밤 젠트가 제일이라죠~ 맛있는 츄러스 한 봉지 들고 새우꼬치에 팝콘에 수제 감자칩에~ 인형뽑기 한 판- 야경을 내려다보며 자이로스윙 한 번 타면 스트레스도 싹~ 전 자이로스윙은 너무 무서워서 못 타지만 지인들 타는 걸 보니 덩달아 신나고 좋더군요. 관람차는 참 자주 어떤 이야기의 소재로 등장하는데, 그래서인지 올 때마다 이 관람차는 아련-한 것이 어릴 적 생각도 나고 안 들리던 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막 그렇습디다.
뜹뜨릅 씁쓸한 사이도 그냥 지나간 하루 사이에 용서할 수 있나보다. 지나간 일들이 생각 날 때마다 "그 인간... 그..... 그 자식......." 하던 일이, 언젠가라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던 그 일들이 그냥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는 거니까... 사람이 나쁜 건 아니니까... 아닐테니까.... "잘 들어가세요. " 새벽녘 하늘을 등지고 인사할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거구나. 살다보면 그런 일 들도 몇 시간 사이에 용서 할 수 있구나. 이래서 실천이 필요하다고 하는 거구나... 말로 백 번 용서 용서.. 말 하는 것 보다 한 번 이해해 보는 것이 옳은 거라고. 앞으론 마주쳐도 웃으며 인사해야 하겠지? 딱히 용서라고 말 할 만큼 계기가 있던 것도 사과를 받은 것도 아니지만. 그냥 이렇게 넘어가도 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