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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Decker Weingut의 Riesling은 포스팅 대로 조금 신맛이 강한 편이었지만 Thielen-Feilen Weingut의 추천이었던 Riesling은 적당한 산도와 상큼한 향의 균형이 좋았다. 페리는 두 번 째 추천에 따라 Chardonnay를 골랐는데 리즐링 보다는 확실히 가볍게 즐기기 좋았다. 날씨가 눈에 띄게 추워져서 인파가 좀 덜 하겠지 했는데 웬걸 추운데다 흐린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돗자리까지 펴고 앉아 와인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해 결국 오늘도 와이너리부스와 가까운 벤치에는 앉지 못 하고 계단에 앉았다. 그래도 세가지 치즈와 포도, 토마토, 올리브 그리고 페퍼로니를 올려 구운 Brezel*브레쩰, Elsässer Flammkuchen을 안고 있어서 였는지 추운 줄도 모르고 신나게 ..
아헨에 이사 온 지 6 개월. 연애할 때는 서로 다른 도시에 살아 함께 하지 못 했던 일들을 매일 하나씩 하나씩 더 하게 된다. 결혼 전에는 저녁이면 페이스타임을 틀어놓고 "같이 가고 싶다. 여기 앞에 큰 장이 열렸어." "오늘 눈이 올 것 같아. 같이 나가보면 좋을텐데." "오늘 시내에 와인축제가 열렸어. 재밌긴 하더라. 같이 가면 좋을텐데.. 주말이면 끝난대." 하며 아쉬워하는 대신 작은 카페를 발견하거나, 새로운 파스타 집을 발견하면 더 기다리지 않고 오늘 점심에 잠깐, 오늘 저녁에 여유롭게, 이번 주말에 마음 놓고 쭉- 마음 놓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역시 신혼부부에게 가장 와닿는 즐거움이다. 그럴 때마다 결혼을 했구나. 실감하며 감사하게 된다. 유난히 더웠던 올 해 여름, 일을 마치고 온 남편..
폭- 작약 꽃잎이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깨다. 매년 5-6 월이 되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색색깔 작약 덕분이다. 베이비핑크색부터 연어색이 비치는 분홍, 쨍하게 빛나는 마젠타빛깔, 동화속 공주님 치맛단 같은 하얀 겹꽃잎들을 보고있으면 늘어져 있던 공기가 금방 맑아지는 듯 하다. 길거리에 벌여놓은 꽃 노점상을 지나가는 일은 그래서 더욱 즐겁다. 특히 요즘은 지날 때마다 한아름 꽃을 사고 싶어서 한참 구경 하곤 한다. 가끔은 한 두 단 씩 집어 오기도 하는데, 작약을 살 때마다 꼭 이야깃거리가 생겨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린다. 늘 그렇듯 작약을 사들고 집에 오면 작은 방에는 좀 과하다 싶은 긴 꽃병을 찾아 즐거이 씻는다. 남자친구가 작약을 꽂으려면 이렇게 긴 꽃병이 필요할 것 같아..
동생에게 주었던 오래 전 엠피쓰리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노래가 흘러 나온다. 십대 때 듣던 노래들. 랜덤으로 넘기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추억들이 떠올라서, 애틋했던 그 시절 동네가 그리워져서 사 분 남짓한 시간이 어느 여름 하루가 되고, 삼 분 이십초의 시간이 어린 가슴에 처음 닿았던 쓸쓸한 바람으로 분다. 부푼 마음을 안고 탔던 비행기 안에서 울며 들었던 그 노래가, 스무살의 처음 맞았던 타지에서의 생일 전 날 밤이, 휴일 오후 혼자 해 먹었던 볶음밥이 서러웠던 시간이, 어슴푸레하게 내려 앉은 공기를 마시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 어딘가라고 들떠하며 조용한 주택가 언덕길을 내려오던 날이 랜덤으로 넘어가는 트랙에 남아있다. 잊었는 줄 알고 늘 아쉬워했던 그 기억들이 아직 내 귀속에 남아서 뉴런들 사이사..
삼십 도가 넘는 더위에 헥헥 거리는데도, 여름답지 않다는 느낌적인 느낌. 이유는....... 매미였다. 매미.......... 매미가 맴맴 해야 되는데 너-무 고요한 것이지. 유튜브에 매미소리를 치니... 나오네...? 매미소리를 누군가 올려놓았다니... ㅋㅋㅋ 고마워요- 매미소리 틀어놓고 메밀국수 한 그릇- 여름이로구나! 매미소리가 이렇게 좋다니:) 어릴 적 베란다 그물망에 매미가 앉아서 하루종일 울어대서 쫓으려 가보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큰 매미에 겁을 먹고 쫓아내지도 못했더랬지. 시끄러움을 참고, 창도 못 열고 익어가고 있는데 나중 나중에 아빠가 오셔서 날려보내주셨지.... 그리운 어린시절 여름날들- '매미소리에 깊어지는 여름 봉숭아는 톡'
밤이 되었는데도 30도 밑으로 내려가지를 않는다. 덕분에 마치 여행이라도 온 듯 하다. 열한시가 다 된 구시가를 걸으면서 사진을 찍으니 기분이 꼭 배낭여행이라도 온 것 같다. 몇 년 전 만해고 자주 이렇게 다녔었는데 귀차니즘인지 요새는 주말에도 집에서 뒹굴거리기만 했네.. 미지근한 바람이래도 밤바람은 좋구나- 여름 밤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