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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노래가- 본문

단상

오래전 노래가-

MedHase 2015. 8. 7. 02:25


동생에게 주었던 오래 전 엠피쓰리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노래가 흘러 나온다.
십대 때 듣던 노래들. 랜덤으로 넘기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추억들이 떠올라서, 애틋했던 그 시절 동네가 그리워져서 사 분 남짓한 시간이 어느 여름 하루가 되고, 삼 분 이십초의 시간이 어린 가슴에 처음 닿았던 쓸쓸한 바람으로 분다. 부푼 마음을 안고 탔던 비행기 안에서 울며 들었던 그 노래가, 스무살의 처음 맞았던 타지에서의 생일 전 날 밤이, 휴일 오후 혼자 해 먹었던 볶음밥이 서러웠던 시간이, 어슴푸레하게 내려 앉은 공기를 마시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 어딘가라고 들떠하며 조용한 주택가 언덕길을 내려오던 날이 랜덤으로 넘어가는 트랙에 남아있다. 잊었는 줄 알고 늘 아쉬워했던 그 기억들이 아직 내 귀속에 남아서 뉴런들 사이사이에, 글리아세포들에 붙들려 있었나보다.
팔십기가를 언제 다 쓰나 했는데, 이것도 모자라겠지. 이 노래들에 내 시간들이 이렇게나 겹겹이 책장속에 숨겨놓은 편지들 같이, 어느날 빼곡한 책장에서 뽑아든 책 사이에서 툭 떨어지는 어떤 날 적어둔 메모를 발견하듯이 온전히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어느 노래에서는 냄새도 묻었다. 어떤 비오던 날의 찻 길 냄새가, 도너츠 가게를 지나다 맡았던 커피 냄새가,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옥상에서 맡았던 햇빛 냄새가 묻었다. 백과사전 사이에 눌러놓은 이제 다 향기가 말랐겠지 했던 보라빛 꽃에 혹시나 하고 코를 데었더니 아직도 향기가 남아서 책갈피로 쓰려다가 다시 책 사이에 넣고 언젠가 다시 꺼내 볼 기대를 하고 책을 덮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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