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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Chet Baker는 왜 언제나 이렇게 로맨틱한가. 새벽 미명 같은 트럼펫 소리는 나른한 울적함을 준다. 아니 해가 질 즈음의 순간, 3단 스탠드의 불빛을 한 칸 낮춘 듯 온 세상이 한 톤 어두워지는, 헤드라이터 불 빛이 왠지 아련해지는 퇴근길 시간같다. 그것도 아니면 낮잠을 자다가 어슴푸레 해질녘에 커튼 그림자도 지지 않는 어두운 거실의 소파위에서 깨어난 기분. 어느 쪽이라도 모든 것이 뚜렷해지는 선명한 아침과 선명하다 못해 짙어지는 정오의 쨍한 색감은 아닌 것이다. 벌겋게 변해가는 바닷가 동네의 놀이터처럼 바래진다. 그렇게 나른해지는데도 음악이 끝나면 이상하도록 꿈틀대는 생동감을 전해준다. 오늘 남은 시간을 이렇게 다 보낼 수는 없어. 자 일어나서 빨래도 돌리고 청소기도 돌리자. 그리고 나서는 읽고 ..
핑계거리는 많았다. 할 이유도 많았다. 그리고 하지 못할 이유도 많았다. 늘 두 가지 이유가 얽혀 스트레스로 마음을 짓누른다. 어째서 나이가 들수록 하나만 싫은 게 없을까. 뭐든 좋게만 보이고 낭만적으로 보이던 많은 일들에서 실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발견한다. 혼자 다니는 여행은 자유롭고 새로운 경험을 누구의 조언도 없이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설레던 것 이었는데, 어느덧 너무나 위험하며 어떨 땐 그 자유가 외로움이 될 수 있다는 점 등등의 이유로 망설여 진다. 타자기를 두드리며 글을 쓰는 일은 또 언제나 즐거운 일 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 시간에 차라리 전공서적을 봐야할 것 같고, 다른 공부를 하는 것이 낫겠다는 핑계뿐인 게으름에 생기를 잃어간다. 모든 것이 신나는 일이었는데 그 중 많은 일이 귀..
응달에 선 나무는 낙엽도 더 늦게 지는가. 4월이 벌써 반이나 지났다. 그만큼 봄이 더 발랄해져 간다. 오스터 글로케* 가 긴 겨울을 녹이며 회색빛 거리에 봄의 노랑색 기대를 부풀리더니, 고등학교 시절 교목이서인지 늘 새 시작을 알리는 듯 풋풋한 목련이 이파리도 나지 않은 가지에 그렇게나 가득 피어난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벚꽃이 분홍 빛 설렘으로 거리를 물들인다. 좋은 기억도, 생각하면 한없이 슬픈 기억도 꽃송이들과 함께 봄바람에 흔들려 떨어진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진득히 한 주도 채 즐기지 못했는데 변덕스런 아프릴베터에 벚꽃은 아쉽게 흩어져 버린다. 어느 계절보다 빨리 지나가버리는 봄이 아쉬워 질 때. 그 때가 비로소 겹벚꽃나무의 시간이다. 많은 봄꽃들이 아쉽게 지는 4월 중순에 다른 꽃들보다 해를..
Meyersche 책방 3층 창가. 아헨에 이런 곳이 있다니. 그래도 일 년을 정 붙이며 오간 도시인데 이런 곳을 이제야 알다니 역시 가끔 일상을 넘을 줄 알아야 한다니까. 돔 공사만 끝나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슬아슬한 지붕 꼭대기에 앉아 간식을 드시는 인부 아저씨도 관찰 할 수 있고, 아이스크림가게 노천에 앉은 사람들, 새싹마저도 붉은 단풍나무, 폴리우레탄 바닥에 세워진 작은 놀이기구를 타는 아이들과 엄마 아빠들, 선물가게앞에서 카드를 고르는 사람들의 쇼핑백, 지나가는 쓰레기 차가 이 거리에 멈추는 횟수 등을 마음껏 관찰 할 수 있는 창가를 발견했다. 그러고보니 저 아이스크림 집은 처음 아헨에 온 겨울 날 카푸치노를 마셨던 그 아이스 집이구나. 그 날은 생각보다 추웠고 해도 일찍 져서 사람도 없었..
산책 나가지 못하는 오후의 심란함. 팡세 269(139), 267 못 나가게 붙잡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날씨도 좋고, 이제 바람도 따뜻한 느낌이고, 몸이 안 좋은 것도 아니며 더구나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도 잠깐의 산책이 오늘따라 번거롭게 느껴진다. 항상 가벼운 마음으로 나가던 산책이 이렇게 좋은 봄 날 망설여 지다니. 기분이 영 상쾌하지 않다. 구시가 성벽길의 나무에도, 동네 가로수에도, 자잘한 풀꽃들에도 봄이 왔다. 봄은 역시 땅에서부터 오는 지 구석구석 귀여운 새싹들이 돋았다. 봄이 올 때마다 늘 가던 길을 멈추고 소란스레 감탄을 해대며 사랑스러워하던 그 새싹들일 것이다. 그런데 올 봄, 이 화창한 오늘, 산책이 이렇게나 망설여지는 것이 이상스러워 생각을 하던 중 내 마음 어딘가가 다르..
오해의 해답 제목이 그럴싸하다. '오해'라는 말을 검색해보니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그릇되게 해석하다' 또는 '뜻을 잘못 알다.' 말 그대로다. 이해하는 당사자가 무언가 해석을 잘 못 했기에 생기는 것이 '오해'라는 것이다. "오해가 있으신 것 같네요. 제 말 뜻은 그게 아니라.... " '오해'라는 말과 함께 쏟아져 나오는 일종의 방어 혹은 변명의 관용구이다. 각자의 이유로 오해라는 말을 참 많이 쓰는데 물론 어떤 행동이나 대화속에서 상대방은 어떤 액션도 말도 하지 않았지만 굳이 -육감적으로 혹은 감정의 골이 깊어 사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넘겨짚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오해'라는 말은 쉽게 쓸 ..
시험 기간.. 졸리다. 파이팅! 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재미라는 것은 참을성이라는 필터를 통해야 비로소 표출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고있고........" 하루키 참을성이라는 필터 통과 중-
삼십 도가 넘는 더위에 헥헥 거리는데도, 여름답지 않다는 느낌적인 느낌. 이유는....... 매미였다. 매미.......... 매미가 맴맴 해야 되는데 너-무 고요한 것이지. 유튜브에 매미소리를 치니... 나오네...? 매미소리를 누군가 올려놓았다니... ㅋㅋㅋ 고마워요- 매미소리 틀어놓고 메밀국수 한 그릇- 여름이로구나! 매미소리가 이렇게 좋다니:) 어릴 적 베란다 그물망에 매미가 앉아서 하루종일 울어대서 쫓으려 가보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큰 매미에 겁을 먹고 쫓아내지도 못했더랬지. 시끄러움을 참고, 창도 못 열고 익어가고 있는데 나중 나중에 아빠가 오셔서 날려보내주셨지.... 그리운 어린시절 여름날들- '매미소리에 깊어지는 여름 봉숭아는 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