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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그 정도로 못 쓴건가... 그 이유도 맞겠지만, 글들마다 서글픈 감정들이 들어앉아 있어 그런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감성이 살아나는 순간은 대부분 어딘지 서글픈 생각이 많이 드는 날인 것 같다. 오글거리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은데 (정말로!) 꼭 이런 생각이 들 때 메모장을 많이 켜는 것 같다. 물론, 여름밤이나 화창한 오후에도 자주 메모장을 두드리는 것도 확실하지만... 지금은 도서관이고, 아이폰 날씨 어플이 예고한 대로 화창했던 한 시간 전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여기 친구들이 집을 좋아해서.. 여섯시가 넘으니 도서관에 앉아 있는 친구들도 별로 없다. 창문 밖으로는 건너편 법대 도서관 불빛에 밝혀진, 이제는 나뭇잎이 몇 장 안 남은 나뭇가지들이 ..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 전에 늘 들여다보게 되는 한 참 지난 달력이 있다. 탁상달력이고, 한 5년 전엔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지인이 주고 간 달력이었던 것 같다. 날짜는 4월 13일에서 넘어가지 않았다. 년도가 쓰여있지 않아 다행인데, 왜냐하면 달력이라는 것이 원래 해가 바뀌면 치워야 마땅한 물건임에도 년도가 없으니 그 자리에 몇 년 째 놓여 있으면 으레 생기는 죄책감 같은 게 없는 물건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침대나 전등이나 토너가 다 된 프린터나 책들처럼 먼지만 떨어내는 그런 가구가 되어 자리를 차지했다. 내 책상은 늘 볼펜으로 가득하고, 색연필도 한 다스, 읽던 책들이 여기저기, 그리고 학교노트들이 마구 쌓여 있는데다 이래저래 생각날 때마다 써 놓은 몇 년 째 묵은 포스트잇들도 아무대나 붙어 있어..
살다보니까. 절대 안 겪을 것 같던 일도 겪고 산다. 아직 서른도 안 되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쓰면서도 무슨 소리야 싶지만 그렇다. 가을날은 화창하고 커피머신은 아직 켜져있다. 커피를 내린 지 한 두시간 쯤 되었을거다. 바깥은 조용하고, 새도 아주 조그맣게 울고, 바람도 없어서 낙엽도 지지 않는 오후다. 한참 아미앵의 성서를 찾아보았는데 찾는 데 실패했다. 원래 분량이 한 장 정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디지털 시대라고 말하기에는 이 디지털이라는 단어도 하도 오래 되어서 촌스럽게 느껴지는데 아무튼 나는 이 시대를 사는 이십대 재빨라야 할 나이에 정보하나 제대로 못 찾는 뒤떨어진 젊은이다. 프루스트는 젊은 시절을 어떻게 보냈을까 했는데, 작가 소개를 펴보니 이렇게 쓰여있다. 1922-187..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보이는 것은 늘 다가 아니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이는 어떤 사람이,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사는 방식이, 사교성이 없어보이는 사람의 친구가 몇 명이나 될 지는 보이는 대로 다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어느 동네에나 살아보지 않고서는 바람이 어떤지 팔월의 햇살이 어떤지 눈이 자주 오는 편인지 얼만큼 쌓이는 지, 밤에 버스가 지나갈 때 주황 불을 켜는 지 노란 불을 켜는 지, 길가에 양귀비 꽃이 매 년 피는 지 대답 해 줄 수 없다는 말이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하와이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그래서 돌고래도 맨날 보고 가끔 지나가는 향유고래도 보고 지느러미만 보고 저 올카가 지미인지 톰인지 새라인지 맞추는 일상을 살았으면 하고 있다. 문득 문득 하와이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