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네가 행복해지길 바래. 지금의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와 함께있는 네가." "요새는 아무것도 재미있지 않아." ".................." "그냥 다.... 다 그냥 그래서 무엇도 다 그냥 그래. 말 그대로 그냥 그래." 찻잔 속의 차도 그냥 그런 온도로 식어있다. 찻잔을 이리저리 돌려도 그냥 식은 찻 물일 뿐이지. 찻잔 속의 남아 겉도는 식어버린 차가 마음속의 어떤 열정도 식어 마시기 뭐 한 찝찝함으로 담겨있다. 담겨있을 뿐인 걸까. 티백의 미세한 구멍을 삐져나와 어느덧 컵 바닥에 가라앉은 찻가루가 보이는, 원래는 따뜻했던 향기로운 차가 그저 식었다는 이유만으로 남이 먹다 남긴 반 모금 물처럼 마시기엔 영 찝찝한 설거지거리가 된 것 처럼. 설탕으로도 과자로도 넘길 수 없는 식어버린 차. ..
내 마음은 울렁거리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것에. 그렇다. 분명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때문에 울렁거리고 있다. 마음이 이 쪽 벽에, 저 쪽 벽에 마구, 난로에 넣는 기름통 속 출렁거리는 기름처럼. 뚜껑을 열면 벤진 냄새가 진동을해서 코를 막아야하는 기름같은 마음의 물이 울렁거린다. 멀어져 간다고 느껴서일까. 그렇다면 무엇이. 무엇이 머물지 않아서 나는 출렁이고 있는 걸까. 바다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바다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바다를 바라보지 않는다. 바라 볼 수가 없다. 바라볼 수가 없는 걸까. 나는 바다를 바라볼 수 없는 걸까.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듯 투명한 바닷속을 바라볼 수가 없는 것이다. 하얀 물거품을, 햇빛이 또 하얗게 부서지는 하늘의 파란 것과는..
찍어 놓을 것을 그랬다. 엄마 말씀엔 언제든 머리속에 사진을 찍어 놓으라고 하시지만... 그래도 사진으로 콱 찍어 놓을 것을 그랬다. 언제든 볼 수 있게 찍어 둘 것을 그랬다. 아빠랑 걷던 오월 초의 흐렸던 하늘 밑 초록잎 파릇한 은행나무가 그렇게 싱싱하던 민락동 빵집 앞 약국 옆, 그 길가는 언제가 되도록 보고싶을 것 같은데... 기억만으로는 끝까지 기억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뽀얗게 혹은 멋지게 기억을 더해서 상상하고 싶지 않은데... 나중에라도 다시 보고 그 기분은 기억이 안 나서 아쉬워지면 어쩌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달라서 놀라면 어쩌지. 머리속에 사진을 찍으라는 말이 왜 이번엔 이렇게 아쉬운거야 믿는 구석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기같은 이야기일까? 세상에 아빠가 없어서 믿을 구석이 없..
말 그대로 술술 씁니다. 한국을 떠나온 지 벌써 5년도 넘어가니, 한국의 상황은 남 일 같습니다. 방학 중에 가족들 방문 차 한국에 나가서도 초반처럼 친구들을 만나랴 정신 없이 시간을 쏟아 부을 그리움도 줄어들고, 오히려 집에서 뒹굴뒹굴 매끼 엄마 밥을 먹는 것이 더 좋아졌습니다. 지금 벌써 몇 주 째 메르스 바이러스로 실시간 검색어가 도배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조용할 날이 없는 한국을 떠올리니 늘 그랬듯 퇴근 시간에 가득찬 차도와 꽉 찬 지하철, 버스가 생각이 납니다. 제가 있는 곳은 어디를 가도 여유롭고 한적한 곳이어서, 조금만 부지런해도 자전거를 타고 숲속을 한 바퀴 돌 수 있고, 호숫가로 휭- 바람을 쐬고 와도 되고, 슬리퍼를 신고서도 언제든 노을이지는 나무 사이를 걸을 수 있습니다. 절로 여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