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허영이 너울대는 울렁거리는 마음 본문

단상

허영이 너울대는 울렁거리는 마음

MedHase 2015. 6. 23. 03:59
내 마음은 울렁거리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것에. 그렇다. 분명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때문에 울렁거리고 있다.
마음이 이 쪽 벽에, 저 쪽 벽에 마구, 난로에 넣는 기름통 속 출렁거리는 기름처럼. 뚜껑을 열면 벤진 냄새가 진동을해서 코를 막아야하는 기름같은 마음의 물이 울렁거린다.
멀어져 간다고 느껴서일까. 그렇다면 무엇이. 무엇이 머물지 않아서 나는 출렁이고 있는 걸까.
바다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바다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바다를 바라보지 않는다. 바라 볼 수가 없다.
바라볼 수가 없는 걸까. 나는 바다를 바라볼 수 없는 걸까.
아무 것도 섞이지 않은 듯 투명한 바닷속을 바라볼 수가 없는 것이다.
하얀 물거품을, 햇빛이 또 하얗게 부서지는 하늘의 파란 것과는 다른 그 투명한 바닷속을 하염없이 바라 볼 수가 없어서 갑갑하게 닫힌 기름통 속 같은 하늘만 줄곧 바라보고만 있다. 스며드는 기름은 마르지도 않고 미끄러져서 축축한데도 씻어낼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저벅거리고 나와 욕실로 들어가는 길에 흘릴 기름이 또 끔찍해서 나는 기름통 속에 머물러있다.
발을 담그고 저벅거리면서 물과 달리 질척대는 기름을 출렁거리고 있다.

가을은 하늘에서부터 내려와 어느덧 온 나무에 묻어있다.
모든 것이 선명했던 여름은 지나갔다. 여름의 선명하게 및나던 연청빛깔 과 쪽빛의 바다는 이제 다시 다음 계절을 기약해야 할 일이다. 가을의 바다는 덜 눈부셔서 내가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을의 모든 것은 덜 선명하니 내가 눈을 들어 초점을 서서히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겨울이 와서 모든 것이 하얗게 세어 다시 선명한 색이 그리울 즈음이면 나도 다시 파란 바다에 발을 담그고 부스러지는 마른 기름 띠를 씻어 낼 수 있을거다.

그때엔 다시 시원한 바람과 파란색과 노란색 수영복과 모래가 묻은 샌들이 내 것이라는 상상이 즐거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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