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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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크리스마스 카드

MedHase 2016. 12. 21. 00:30



"고모 이사 갈 지도 모른다. 이번엔 크리스마스 카드 보내지 말아라. 알겠재?"
몇 년이나 된 걸까. 카드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 아빠가 꼭 한 해에 한 번, 최소한 성탄카드는 보내는 것이라고해서 매 년 성탄 연하장을 사러 다녔다. 어렸을 적부터 였다고는 해도 어른들께 제대로 된 카드를 보내기 시작 한 것이 벌써 15년 정도가 되었겠구나...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도 3년 정도는 빼먹지 않고 보내던 카드를 올 해엔 보내지 않기로 했다. 고모의 메시지가 없었어도 어차피 보내지 않으려 했는데, 이번엔 못 받을 지도 모르니 카드를 보내지 말라는 고모의 메시지가 온 것이다. 늘 날짜를 지키지 않거나, 게으름을 부리며 카드를 쓰지 않고 있는 것이 들키면 "일 년에 한 번 성탄카드 보내는 일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그걸 안 하니?" 라고 꾸지람을 놓던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작년까지 습관이 되어서, 유언같이 남은 아빠의 말씀을 지켜야지 하는 마음이라서, 아니면 최소한 이 것은 하자 하는 마음으로 으레 12월 15일이 되기전에 써 붙이던 한 해 한 번의 카드를 올해는 모른척 하기로 했던 마음속에 겨울 눈바람이 분다. 한겨울 아침 열어둔 창으로 잠이 확 깨는 바람이 불어 잠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며 오늘 하기로 한 일들을 되짚을 때 처럼 명료한 기분이다.




겨울 아침, 그 때도 창은 늘 아빠가 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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