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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핑계거리는 많았다.

MedHase 2016. 6. 3. 19:57

핑계거리는 많았다.

할 이유도 많았다. 그리고 하지 못할 이유도 많았다. 늘 두 가지 이유가 얽혀 스트레스로 마음을 짓누른다. 어째서 나이가 들수록 하나만 싫은 게 없을까. 뭐든 좋게만 보이고 낭만적으로 보이던 많은 일들에서 실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발견한다. 혼자 다니는 여행은 자유롭고 새로운 경험을 누구의 조언도 없이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설레던 것 이었는데, 어느덧 너무나 위험하며 어떨 땐 그 자유가 외로움이 될 수 있다는 점 등등의 이유로 망설여 진다. 타자기를 두드리며 글을 쓰는 일은 또 언제나 즐거운 일 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 시간에 차라리 전공서적을 봐야할 것 같고, 다른 공부를 하는 것이 낫겠다는 핑계뿐인 게으름에 생기를 잃어간다. 모든 것이 신나는 일이었는데 그 중 많은 일이 귀찮고 필요 없어 졌다. 열정 뿐인 삶은 책임감이 없어보이고, 책임감만으로 사는 것은 지루하고 따분해만 보인다. 극단적으로 쓴 것 같지만 어쨌든 표현을 해 보자니 그렇다. 아직 서른도 안 되었는데 세상에 왜이리 필요 없는 것들이 많은 지 지금 기분이 나빠서 그렇다고 하고싶다. 아마 아침부터 일어나기 싫은 몸을 이끌고 먼 병원까지 나왔는데 장소가 다른 곳이라는 메일을 정크메일 함에서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늘 기분 좋던 카푸치노는 오늘 따라 왜 이렇게 쓴 지. 처음보는 알바생이 기분 좋게 인사를 하는데도 쌀쌀맞게 카푸치노 하나요. 라고 말하고 만다. 나 때문에 아침부터 기분 잡쳤겠지. 거참.

Routine 은 일상이다. 매일매일 반복되어 익숙해 진 것들이라는 뜻이다. 비슷한 뜻으로 Jonglieren; Darbietung mit einer festen Abfolge von Jongliertricks 이 뒤따라 나온다. 저글링트릭 중에 어떤 정해진 순서대로 던져야 하는 트릭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왠걸 그 밑에 Zauberkunst 라는 뜻이 달려 나온다. 마술쇼라는 뜻이다. 바로 마법. 매일매일의 일상이 선물이고 마법같은 기적이라는 말을 늘 들어오긴 했지만 루틴이라는 단어가 바로 마법이라는 뜻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은 놀랍다. 역시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나보다. 늘 지혜로운 사람들의 생각을 좇아 오늘의 우리도 새삼스럽게 발견해 낸다. 말이 발견이지 깨닫는 것인가.

일상에 지쳐가는 것이 나이를 먹으며 점점 깨달아 가는 슬픈 일인 줄 만 알았는데, 마법같은 일상에도 지치다니 우리는 이렇게 배가 부른 고민을 하고 있다. 포켓몬 볼 한 몇 백개가 든 주머니를 매일 보아서 그 중에 어떤 포켓몬이라도 이젠 새로울 것이 없다는 듯한 표정이다. 포켓몬 몇 백마리라니 얼마나 신날까. 그래봐야 남의 떡이 늘 커 보이는 법이다.

그러고보면 매일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어쩌면 다행이다.
오늘 아침 기사에 번개에 맞아 두 명이 꽤 다쳤다는 소식이 실렸다. 번개에 맞는 일은 분명 일상은 아닐테지. 매일 이렇게 지나가는 '마법'이 오늘도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다행히 역시나 비슷하게 흘러가려 한다. 일단은 그렇게 보인다.



오늘의 마술쇼는 그래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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