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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산책 나가지 못하는 오후의 심란함. 팡세 269(139), 267 못 나가게 붙잡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날씨도 좋고, 이제 바람도 따뜻한 느낌이고, 몸이 안 좋은 것도 아니며 더구나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도 잠깐의 산책이 오늘따라 번거롭게 느껴진다. 항상 가벼운 마음으로 나가던 산책이 이렇게 좋은 봄 날 망설여 지다니. 기분이 영 상쾌하지 않다. 구시가 성벽길의 나무에도, 동네 가로수에도, 자잘한 풀꽃들에도 봄이 왔다. 봄은 역시 땅에서부터 오는 지 구석구석 귀여운 새싹들이 돋았다. 봄이 올 때마다 늘 가던 길을 멈추고 소란스레 감탄을 해대며 사랑스러워하던 그 새싹들일 것이다. 그런데 올 봄, 이 화창한 오늘, 산책이 이렇게나 망설여지는 것이 이상스러워 생각을 하던 중 내 마음 어딘가가 다르..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좋아한다. 알 수 없는 고양이의 눈동자보다, 동글동글하고 한없이 순할 것 같은 착한 눈동자가 더 마음에 와 닿아서 그렇다. 그래도 요새는 고양이를 보면 쓰다듬고 싶기도 하고, 곁에 오라고 불러보고 싶기도 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져서 그런지 작년 여름에 보았던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라는 영화가 문득 떠오른다. 일본 영화 특유의 여름이 배경이라 더 좋았는데 뜨거운 여름날 고양이들을 리어카에 싣고다니며 고양이를 빌려준다고 강변을 돌아다니는 그 모습이 어찌나 좋아보이던지. 봄이 또 온다. 아빠가 항상 했던 말이 있다. "00아 그 시간은 항상 온다. 절대 안 올 것 같지? 그런데 그 날, 그 시간이 반드시 온다. 참 신기하지. 꼭 와 그 날이."당시에는 오는 날은 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