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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은 너무 쉽다. 듣기 좋은 말을 하는 것은 참 쉽다. 입에서 나오는 말은 어쩜 그렇게 쉽게 내뱉어 지는 지, 모르긴 해도 어쩌면 명언이라는 것도 다 그렇게 쉽게 나온 것은 아닐까. 좋은 책이라는 것들은 너무나 많고, 그보다 적긴 해도 좋은 구절도 참 많다. 좋은 노래도 많고 가사도 많고 아무튼 참 많다. 말로 지어진 너무나 많은 좋은 것들이 지금 마주보는 벽에도 다닥다닥 붙어있다. 어제 밤에 이런저런 걱정을 하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터뜨리자마자 우는 것이 싫어 눈을 꾹꾹 누르면서 말은 다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되었다. 교회를 다니면서, 말씀을 나누면서, 나는 참 가식적인 말을 많이 하고 있구나... 그리고 그런 말을 하는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그..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 전에 늘 들여다보게 되는 한 참 지난 달력이 있다. 탁상달력이고, 한 5년 전엔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지인이 주고 간 달력이었던 것 같다. 날짜는 4월 13일에서 넘어가지 않았다. 년도가 쓰여있지 않아 다행인데, 왜냐하면 달력이라는 것이 원래 해가 바뀌면 치워야 마땅한 물건임에도 년도가 없으니 그 자리에 몇 년 째 놓여 있으면 으레 생기는 죄책감 같은 게 없는 물건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침대나 전등이나 토너가 다 된 프린터나 책들처럼 먼지만 떨어내는 그런 가구가 되어 자리를 차지했다. 내 책상은 늘 볼펜으로 가득하고, 색연필도 한 다스, 읽던 책들이 여기저기, 그리고 학교노트들이 마구 쌓여 있는데다 이래저래 생각날 때마다 써 놓은 몇 년 째 묵은 포스트잇들도 아무대나 붙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