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끼리끼리 만난다는 말은 어딘지 불쾌하다. 본문

단상

끼리끼리 만난다는 말은 어딘지 불쾌하다.

MedHase 2015. 12. 18. 02:37


내가 잘 하는 말이 있다.
'끼리끼리 만나는 거지. 냅둬-.'
혼자 열심히 장조림을 먹으면서, 끼리끼리라는 말에 목이 메었다.

사실은,
'끼리 끼리 만나는 건데 뭐. 알아서들 하겠지. 으응~~'
하는 말을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어 더 없이 불쾌했던 순간이 떠올라서 그랬다.

하루 정도가 지나 뻑뻑한 브뢰첸을 먹으며 다시 생각하니, 억울한 생각이 드는 관계들이 떠올라 그랬나? 하고 마음속으로 눈치를 본다. 그렇기도 한 것이, 그들. 바로 그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볼드모트도 아니지만 입에 올리고 싶지 않은 그들의 얼굴들이 하나 씩 지나가며 노려보는 것 같아 눈치를 보게된다. 누구나 대인관계를 가지다보면 면전에서 기분 나쁜 말을 듣는다든가, 비꼼을 당하는 상황을 맞거나, 혹은 뒤에서 뒷담화를 했다더라 하는 성질나는 일들을 마주해야만 할 때가 있다. 나는 굳이 다 큰 어른들끼리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자는 주의라 (비록 얼굴 만면에 어색한 웃음을 꽃피울 지언정) 못 본 척, 못 들은 척 하하호호 말도 못하고는, 집에 돌아와 홀로 불같은 분노를 하고마는 성격이다. 옆에서 보는 가족들은 그렇게 혼자 분노 할거면 차라리 그 사람에게 그 자리에서 점잖은 일침을 놓는 것이 낫겠다고 말하지만, 소심해서 그런지 도저히 그렇게는 못 하겠다. 그 자리에서 그들이 이런 일침을 듣는다면 분명 기분이 상해서는 분위가 이상해 질 것이고, 결국엔 나도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한 3초 정도의 사고가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내가 다른 행동을 하기 전에 이미 상황은 종료- .그럼 나는 웃고 마는 것이다. 쿨하게-

그래서 지금까지 이어온 몇몇, 아니 수많은 관계들을 세어보며 도저히 '끼리끼리 만난다.'는 말에 동의가 힘들어진다. 하하하... 나도 그들... 그들과 같을 뿐. 내가 미워진다. 하지만 내가 나를 어떻게 그렇게 미워할 것인가. 나는 늘 먼저 인사하는, 그리고 늘 웃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럴 순 없다.
나는 변명거리를 찾기로 한다. 나를 위해서라도.

아주 지혜롭게 인간의 성정이라는 근원적 물음을 묻는다.
우리는 모두 악인이고, 그러니까 단점은 누구에게나 있는거고, 정도는 다르지만 죄라는 것은 똑같고, 그러면 나도 참 쓸모없는 죄인이고....... 그러니까 모두는. 나와 '그들'은 결국 끼리끼리가 될 수 있다.뭐~ 그런거지~ 허허~ 나도 참 별 수 없다니깐~ 허허허허~ 그러고보면 그 사람도 알고보면 사람이 좋은 점이 있었다니깐~ 그래! 그랬어~!


….………………….…......................푸후=3


사람은 모두 여러가지 면이 있으니까. 장점도 단점도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
나는 지금껏 눈치를 보며 관계를 이어온 것이 아니라, 그냥 그 두가지 면을 다 알았을 뿐이다. 그 여러가지의 일들을 맞딱드렸던 시간들 속에서 그 관계들도 내 이야기의 일부가 되었을 것이다. 자주 꺼내볼 이야기들은 아닐지라도, 언젠가 꼭 필요한 소재로 쓰여질 것이다. 끼리끼리 만난다는 말. 그 말은 아주 맞으면서도, 사실은 별로 신경 쓸 필요도 없는 말인 것 같다.




(왜 그렇다잖아. 다빈치도 가롯유다를 그릴 때 그 교도소 죄수를 모델로 해서 그렸다잖아~
나도 막 막 그 막 악랄한 악역! 아니 그것보다, 비중없는 비겁한 캐릭터 쓸 때 소재로 쓰면 되는거지 뭐~~ 어디가서 만나겠어 그런 사람을~ 고~마운거지!)



농담이고.
'끼리끼리 만난다더라.' 상관없다. 누구든, 어딜 가든 알고보면 다 거기서 거기다. 속 들여다 보면 그렇게 잘난 사람은 없다.

'가족들에게까지 경이로운 존재가 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는 몽테뉴의 글을 생각하며 이렇게 지혜로운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의 인간관계가 궁금해진다. 뭐 별다를 것이 있게냐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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