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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Chet Baker는 왜 언제나 이렇게 로맨틱한가. 새벽 미명 같은 트럼펫 소리는 나른한 울적함을 준다. 아니 해가 질 즈음의 순간, 3단 스탠드의 불빛을 한 칸 낮춘 듯 온 세상이 한 톤 어두워지는, 헤드라이터 불 빛이 왠지 아련해지는 퇴근길 시간같다. 그것도 아니면 낮잠을 자다가 어슴푸레 해질녘에 커튼 그림자도 지지 않는 어두운 거실의 소파위에서 깨어난 기분. 어느 쪽이라도 모든 것이 뚜렷해지는 선명한 아침과 선명하다 못해 짙어지는 정오의 쨍한 색감은 아닌 것이다. 벌겋게 변해가는 바닷가 동네의 놀이터처럼 바래진다. 그렇게 나른해지는데도 음악이 끝나면 이상하도록 꿈틀대는 생동감을 전해준다. 오늘 남은 시간을 이렇게 다 보낼 수는 없어. 자 일어나서 빨래도 돌리고 청소기도 돌리자. 그리고 나서는 읽고 ..
오직 너만을 위한 시간 Glenn Gould 어느 분야에서나몰두한 사람은 반드시 그의 길을 간다. 글렌 굴드는 참 그런 말에 어울리는 연주를 들려준다.집요하게 연주했던 그 다운 한 음 한 음을 들으면 하루종일 번잡했던 생각이 가라앉는다. 봄이 오려고 봄눈이 연두색으로 바글바글한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듣기 좋다. 새싹들의 힘이, 여린색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의지의 빛깔이, 겨우내 한 눈 한 눈 악착스레 키워낸 잔 뿌리들의 집념이 마침내 터져 나오려는 소리를 참고 있다. 그 싱그러운 비명을 건반으로 두드리는 듯하다. 바흐 곡들의 자로 잰 듯 정확한 음계가 그러한 지, 글렌 굴드의 정직한 건반 소리가 그런 건 지 꽃과 나무들의 목소리를 내는 듯 담백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예술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바는 예술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