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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삼십 도가 넘는 더위에 헥헥 거리는데도, 여름답지 않다는 느낌적인 느낌. 이유는....... 매미였다. 매미.......... 매미가 맴맴 해야 되는데 너-무 고요한 것이지. 유튜브에 매미소리를 치니... 나오네...? 매미소리를 누군가 올려놓았다니... ㅋㅋㅋ 고마워요- 매미소리 틀어놓고 메밀국수 한 그릇- 여름이로구나! 매미소리가 이렇게 좋다니:) 어릴 적 베란다 그물망에 매미가 앉아서 하루종일 울어대서 쫓으려 가보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큰 매미에 겁을 먹고 쫓아내지도 못했더랬지. 시끄러움을 참고, 창도 못 열고 익어가고 있는데 나중 나중에 아빠가 오셔서 날려보내주셨지.... 그리운 어린시절 여름날들- '매미소리에 깊어지는 여름 봉숭아는 톡'
밤이 되었는데도 30도 밑으로 내려가지를 않는다. 덕분에 마치 여행이라도 온 듯 하다. 열한시가 다 된 구시가를 걸으면서 사진을 찍으니 기분이 꼭 배낭여행이라도 온 것 같다. 몇 년 전 만해고 자주 이렇게 다녔었는데 귀차니즘인지 요새는 주말에도 집에서 뒹굴거리기만 했네.. 미지근한 바람이래도 밤바람은 좋구나- 여름 밤 바람~
산산한 한여름 밤에 놀러가는 놀이공원:) 여름 밤 젠트가 제일이라죠~ 맛있는 츄러스 한 봉지 들고 새우꼬치에 팝콘에 수제 감자칩에~ 인형뽑기 한 판- 야경을 내려다보며 자이로스윙 한 번 타면 스트레스도 싹~ 전 자이로스윙은 너무 무서워서 못 타지만 지인들 타는 걸 보니 덩달아 신나고 좋더군요. 관람차는 참 자주 어떤 이야기의 소재로 등장하는데, 그래서인지 올 때마다 이 관람차는 아련-한 것이 어릴 적 생각도 나고 안 들리던 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막 그렇습디다.
뜹뜨릅 씁쓸한 사이도 그냥 지나간 하루 사이에 용서할 수 있나보다. 지나간 일들이 생각 날 때마다 "그 인간... 그..... 그 자식......." 하던 일이, 언젠가라도 잊을 수 없을 것 같던 그 일들이 그냥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는 거니까... 사람이 나쁜 건 아니니까... 아닐테니까.... "잘 들어가세요. " 새벽녘 하늘을 등지고 인사할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거구나. 살다보면 그런 일 들도 몇 시간 사이에 용서 할 수 있구나. 이래서 실천이 필요하다고 하는 거구나... 말로 백 번 용서 용서.. 말 하는 것 보다 한 번 이해해 보는 것이 옳은 거라고. 앞으론 마주쳐도 웃으며 인사해야 하겠지? 딱히 용서라고 말 할 만큼 계기가 있던 것도 사과를 받은 것도 아니지만. 그냥 이렇게 넘어가도 될..
흔들린 사진.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우리는 어떤 일에도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죽기도 하는데. 뭐가 그리 걱정이야. 잘 지내면 되지. 지금 잘..." 아무리 심각한 상황이 또 이어져도, "아유 죽기도 하는 세상, 그런 것 쯤이야 얼마든지 겪을 수 있는거야." 그래서 나는 하루하루, 매일매일 소중하고 즐겁게 보내려고 기도한다. 언제든 누가 내 기도의 내용이 뭐냐고 물어보면 자동으로 나오는 대답이 되었다.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된 것이 아니냐고, 사실은 또 언젠가는 이 말에 무뎌지는 거 아니냐고 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초점이 흔들린 엄마의 셀카 사진을 굳이 용량이 가득찬 핸디에 꾸역꾸역 다운 받으면서. 나는 이 기도가 습관같이 되어버리지 않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선명한 사진도, 그리고 초점이 흔들린 ..
설마 설마 설마 설마 했는데.... 이럴수가..... 여름이라고! 여름! 한국 장마 떠나서 좋아했더니만, 이건 뭐 거의 장마수준... 장마땐 그래도 중간중간 해가 뜨기라도 하지...! 아무리 세 가지 전선이 만나는 이 동네라지만 이 아름다운 여름날에도 이럴거니! 해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너머 산너머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 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늬거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래도 좋아라. ..
'아프릴베터'라고 하는 독일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는 4월의 날씨 라는 말인데, 독일의 4월 날씨가 워낙에 변덕스러워 붙여진 말입니다. 한국은 장마라 비가 왔다 안왔다 한다지만, 지구 날씨다 전체적으로 이상한 것인지, 제가 사는 이 동네가 워낙 날씨가 안 좋기로 유명해서 계속 이러는 것인지 6월 말이 되었는데도 계속 이놈의 아프릴베터 탓에 마음 놓고 산책도 못 하는 지경입니다. 아침엔 햇살이 나기에 일찍 나가서 산책을 좀 하고 도서관으로 가야겠다 싶었습니다만, 웬 걸 나와보니 금새 구름이 켜켜이 쌓이더니 앞도 안 보이게 굵은 빗방울이 떨어져댑니다. 어디 나무 밑에 들어가서 좀 비를 피하다가 다시 쨍 하게 나오는 햇살이 반가워 오랜만에 학교식당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한 첸트랄프리트호..
말 그대로 술술 씁니다. 한국을 떠나온 지 벌써 5년도 넘어가니, 한국의 상황은 남 일 같습니다. 방학 중에 가족들 방문 차 한국에 나가서도 초반처럼 친구들을 만나랴 정신 없이 시간을 쏟아 부을 그리움도 줄어들고, 오히려 집에서 뒹굴뒹굴 매끼 엄마 밥을 먹는 것이 더 좋아졌습니다. 지금 벌써 몇 주 째 메르스 바이러스로 실시간 검색어가 도배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조용할 날이 없는 한국을 떠올리니 늘 그랬듯 퇴근 시간에 가득찬 차도와 꽉 찬 지하철, 버스가 생각이 납니다. 제가 있는 곳은 어디를 가도 여유롭고 한적한 곳이어서, 조금만 부지런해도 자전거를 타고 숲속을 한 바퀴 돌 수 있고, 호숫가로 휭- 바람을 쐬고 와도 되고, 슬리퍼를 신고서도 언제든 노을이지는 나무 사이를 걸을 수 있습니다. 절로 여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