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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썸머와인축제 Der WeinSommer!

MedHase 2018. 8. 25. 00:57

아헨에 이사 온 지 6 개월. 

연애할 때는 서로 다른 도시에 살아 함께 하지 못 했던 일들을 매일 하나씩 하나씩 더 하게 된다. 

결혼 전에는 저녁이면 페이스타임을 틀어놓고 

"같이 가고 싶다. 여기 앞에 큰 장이 열렸어." 

"오늘 눈이 올 것 같아. 같이 나가보면 좋을텐데." 

"오늘 시내에 와인축제가 열렸어. 재밌긴 하더라. 같이 가면 좋을텐데.. 주말이면 끝난대." 하며 아쉬워하는 대신 작은 카페를 발견하거나, 새로운 파스타 집을 발견하면 더 기다리지 않고 오늘 점심에 잠깐, 오늘 저녁에 여유롭게, 이번 주말에 마음 놓고 쭉- 마음 놓고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역시 신혼부부에게 가장 와닿는 즐거움이다. 그럴 때마다 결혼을 했구나. 실감하며 감사하게 된다. 


유난히 더웠던 올 해 여름, 일을 마치고 온 남편과 아헨에서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집 쪽으로 산책하다, 굴다리 벽에 붙은 das Sommer Weinfest 선전 포스터를 보았다. 날짜를 기억 한 것이 7월 이었는데 벌써 8월이 되어 선선해 질 즈음 열린 여름와인축제. 신랑은 아헨 생활이 벌써 4년 차인데, 아무래도 혼자 있으면 공부하랴, 일 하랴 바빠 와인축제에 올 틈이 없었단다. 그래서 평일 저녁인데도 치즈며 비스켓, 올리브 등을 잔뜩 싸와 계단마다 자리마다 앉아 와인을 즐기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 몰랐단다. 


독일 와인이라면 역시 화이트 인데, 그 중에서도 Weißburgunder, Grauburgunder 그리고 Riesling이 유명하다. 

그라우부군더는 셋 중 맛이 가장 강한 편이다. 바이스부군더는 향과 맛이 조화롭고, 리슬링은 물론 와이너리마다 차이가 있지만 햇와인일 경우 가장 산도가 세서 여름 저녁 하루의 마무리를 즐기기에 아주 그만이다. 

평소라면 페리는 그라우부군더, 나는 바이스부군더를 선택했겠지만 와이너리마다 늘어놓은 빽빽한 리스트와 광장 가득 와인잔을 부딪히며 들뜬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득 울려 상큼한 Riesling을 골랐다. 


와인을 좋아하기만 하지, 분석하고 메모하는 일은 성미에 안 맞아 언제나 내가 뭘 마셨더라 하고 또 잊어버리고 말아 향이 어떻고 색깔이 어떻고, 또 맛은 어떤 지는 마시는 그 순간에만 실컷 즐길 뿐이다. 역시나 여름 저녁 해가 지며 어슴푸레하게 빛나는 돔 지붕과 레이스같은 외부회랑의 그림자를 감상하며 마시는 화이트와인은 품종에 상관없이, 어쩌면 와이너리에 상관없이 설레는 순간을 안긴다. 



"있잖아. 그때 우리 같이 갔던, 00이 생일 쯤 갔던 뤼데스하임말이야. 거기 포도나무 밭에서 마신 화이트가 정말 맛있었는데." 

페리가 말했다. 마침 그 화이트는 리즐링 이었을까, 샤도네였을까 하고 있었는데... 



물론, 어떤 와인 한 잔은 머릿속에서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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