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Meyersche 책방 3층 창가. 본문

하루

Meyersche 책방 3층 창가.

MedHase 2016. 4. 20. 20:04

Meyersche 책방 3층 창가.

아헨에 이런 곳이 있다니. 그래도 일 년을 정 붙이며 오간 도시인데 이런 곳을 이제야 알다니 역시 가끔 일상을 넘을 줄 알아야 한다니까. 돔 공사만 끝나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슬아슬한 지붕 꼭대기에 앉아 간식을 드시는 인부 아저씨도 관찰 할 수 있고, 아이스크림가게 노천에 앉은 사람들, 새싹마저도 붉은 단풍나무, 폴리우레탄 바닥에 세워진 작은 놀이기구를 타는 아이들과 엄마 아빠들, 선물가게앞에서 카드를 고르는 사람들의 쇼핑백, 지나가는 쓰레기 차가 이 거리에 멈추는 횟수 등을 마음껏 관찰 할 수 있는 창가를 발견했다. 그러고보니 저 아이스크림 집은 처음 아헨에 온 겨울 날 카푸치노를 마셨던 그 아이스 집이구나. 그 날은 생각보다 추웠고 해도 일찍 져서 사람도 없었지. 처음 온 도시라 맛있는 카페가 어딘지 빵집이 어딘 지 몰라 보이는 곳에 들어갔던 곳이 Il Jelato Eis-Cafe 였구나. 그 이후론 한 번도 간 적이 없지. 화차한 봄 날 오전에 그 날의 겨울 골목 바람 냄새가 나는 것 같다. 그 날 불었던 바람도 아직 기억에 남아 있었구나.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니 이제서야 보이는 동상이 있다. 봄 햇살을 맞으며 책방을 등지고 앉아있는 동상이다. 아마 손엔 책이 들렸을 것 같다. 등으로 따뜻하게 햇살을 받으며 책에 집중하고 있는 걸까. 아니지 꼭 그렇다고 할 수 없지. 햇살을 받으며 친구와 메세지를 주고 받을 수도 있는 거니까. 단발 머리를 한 소녀 같기도 하고,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아가씨 같기도 하고, 뒷모습 밖에 볼 수 없으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지, 누구를 기다리는 지, 무릎에 올린 두 손으로 무얼 하고 있는 지 날마다 마음껏 상상할 수 있겠다. 오늘은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지만 상쾌한 오전이므로 누구를 만나기보단 책을 보고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옆에 앉은 커플의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에 맞춰 책을 읽는 아가씨의 등에 내리는 햇살이 따뜻하다.

she's out of my life가 흘러나온다. 세상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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