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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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내 글을 읽다보니 턱이 아프다.

MedHase 2015. 11. 14. 03:32


그 정도로 못 쓴건가... 그 이유도 맞겠지만, 글들마다 서글픈 감정들이 들어앉아 있어 그런 것 같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감성이 살아나는 순간은 대부분 어딘지 서글픈 생각이 많이 드는 날인 것 같다. 오글거리는 말을 쓰고 싶지는 않은데 (정말로!) 꼭 이런 생각이 들 때 메모장을 많이 켜는 것 같다. 물론, 여름밤이나 화창한 오후에도 자주 메모장을 두드리는 것도 확실하지만...

지금은 도서관이고, 아이폰 날씨 어플이 예고한 대로 화창했던 한 시간 전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여기 친구들이 집을 좋아해서.. 여섯시가 넘으니 도서관에 앉아 있는 친구들도 별로 없다. 창문 밖으로는 건너편 법대 도서관 불빛에 밝혀진, 이제는 나뭇잎이 몇 장 안 남은 나뭇가지들이 보이고, 바로 앞 자리엔 동병상련 의대 일학기생이 열심히 화학책을 파고 있다. (불쌍해라... 화학 정말 싫었는데....) 초록 화학책이 지난 순간들을 불러온 것인지, 늘 법대도서관 불빛에 비치는 드문드문 나뭇잎이 붙은 나뭇가지가 몇 해의 계절이 지나간 정도는 우습다는 듯 지나간 시간을 붙잡아 온 것인지 모르겠다.

오늘의 옛날...? 아니 이야기는 슬픔과 어떤 것을 만들어 내는 감정노동에 관한 것이다.
(우와 쓰고보니 무슨 논문 주제같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 중에 미대생들이 많다. 그림을 보는 것도 재밌고 무엇보다 한 사람 한 사람 정말 다이나믹하게 다른 주관들이 재미있어서 그들을 참 좋아한다. 무엇보다 그런 주관을 자신의 작품을 통해 실천하는 사람들이다보니 어떤 상황에 있어 민망할정도로 솔직한 모습에 감동한 적이 많아서 인 듯 싶다. 물론 그로인해 상처 받는 사람도 많지만... :)
아무튼 내가 쓴 글을 다시 읽다, 고칠 부분이 너무 많아 좀 짜증이 났는데 뭐 그때문에 턱이 아팠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은 다 떠나서 참 좋은 언니이고 화가인 언니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언니의 밑작업을 도와주던 날이었는데, 나는 화가들의 작업실도 처음이었고, 캔버스에 무언가 칠을 한 다는 것만으로 신이나 있었다. 종종 언니 그림의 모델이 되어 주기도 했지만 같은 기숙사에 살면서 참 많은 일들을 같이 겪은 사이여서 언니가 화가라는 사실을 깜빡깜빡 잊곤 했는데, 그 때 이 이야기를 하면서 지었던 표정을 본 후론 무언가 역시 예술가는 다르다...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언니는 내가 밑칠을 하면서 심심할까봐 어떤 다큐멘터리를 틀어 주었는데 그것이 '나라 요시토모' 에대한 다큐멘터리 였다. 그 화가는 주로 아이들을 그렸는데, 그림체가 너무 귀엽고 색깔도 예뻐서 캐릭터같은 그림에 관심을 먼저 가졌지 그 속에 아이들이 짓고 있는 표정에는 별 생각이 없던 시절이었다.한참 밑칠을 하다 언니가 내 준 카로커피를 마시며 그제야 찬찬히 다큐를 보았는데, 작가의 인터뷰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알고보니 캐릭터같은 그 귀여운 그림속 아이들은 모두 슬픈 표정이거나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거다. 큰 눈망울로 토라진 빛깔과 상처들로 어른들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의 시선이 그제서야 느껴졌다. 작가는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그림을 그릴 때 저의 어린 시절을 자주 떠올립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집에서 느꼈던 그때의 감정들과 느낌들을요... (작가들 특유의 반짝이는 글썽글썽거리는 눈동자를 하고는..) 전 말을 잘 하지 못하지만 그림을 그리면서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죠... 외로움 이라던가 슬픔 뭐 그런 것들..."

그리고 언니가 말했다.
"(역시 특유의 반짝이는 눈망울과 이야기를 한 없이 담은 까만 눈을 하고) 저 사람 불쌍하다. 나같으면 정말 힘들 것 같은데. 그림을 그릴 때마다 그런 기억들을 되살리고 똑같이 아프고, 슬프고. 항상 그래야한다면 정말 힘들텐데... 아유 진짜 힘들겠다.................... 야 근데 니 배 안고프나?"

나는 그 때. "아 진짜 그렇겠다. 그러고보니... " 했던 것 같다. 무언가를 만들어 낼 때 언니는 그렇게나 그 감정들에 충실하구나 했다. 그냥 조금 센치한 것, 오늘따라 뭔가 좀 기분이 그런 것이 아니라... 언니의 그림들에는 그래서 이렇게나 언니의 모습이 충실하게 보이는 거구나... 했다. 무엇이 먹고싶은 지 대답하려던 몇 분의 찰나에 나는 그림과 작가의 그림자가 그래서 이렇게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작품 자체보다 사람에 더 관심이 많아졌다. 그렇게해서 정이 떨어진 작품도 생겼었는데 지금은 또 작품과 작가는 다른 선상에 있다는 생각도 하고 뭐 더 복잡해 졌다. 어찌되었건 확실한 것은 어떤 그림을 볼 때나 조각을 볼 때 또 영상작업을 볼 때 나는 언니의 이 말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보는 나의 입장으로는 어떤 작품을 볼 때마다 기분이 달라지기도 하고, 내 식대로 해석도 하고 느끼기도 하지만 그 이후론 이 작품을 그렸던 그 작가의 마음은 어땠을까 싶어 여러번, 그리고 여러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려한다.

해석은 각자의 몫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해석하는 사람이 없는 해석은 있을 수 없을거다. 같은 것을 보고 완벽히 같은 것을 느끼는 사람은 없으니...
그런데 문제는 내 글을 보다보면 턱이 아픈 나는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글들을 풀기에 읽을 때마다 턱이 아픈가 하는 것이다. 나는 어떤 감정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오늘따라 내 마음속이 궁금해진다. 내 턱을 아프게 하는 일은 무엇일까. 알고싶지만 또 알고싶지 않다.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 그랬으면 좋겠다.
점심 멘자(학생식당)에서 먹은 생선구이와 홀랜더소스, 쉬는 시간에 마신 커피 한 잔, 친구가 준 아이스크림 한 입, 지금 먹고 있는 홀룬더블뤼텐 리콜라 사탕 때문에 피곤한 잇몸이 이를 닦으라고 종용하는 것.

그래 그냥 그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