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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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Glenn Gould: The Goldberg Variations, BMV 998] 오직 너만을 위한 시간

MedHase 2019. 2. 21. 02:09

오직 너만을 위한 시간



Glenn Gould







어느 분야에서나

몰두한 사람은 반드시 그의 길을 간다.


글렌 굴드는 참 그런 말에 어울리는 연주를 들려준다.

집요하게 연주했던 그 다운 한 음 한 음을 들으면 하루종일 번잡했던 생각이 가라앉는다.


봄이 오려고 봄눈이 연두색으로 바글바글한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듣기 좋다

새싹들의 힘이, 여린색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의지의 빛깔이

겨우내 한 눈 한 눈 악착스레 키워낸 잔 뿌리들의 집념이 마침내 터져 나오려는 소리를 참고 있다

그 싱그러운 비명을 건반으로 두드리는 듯하다


바흐 곡들의 자로 잰 듯 정확한 음계가 그러한 지

글렌 굴드의 정직한 건반 소리가 그런 건 지 

꽃과 나무들의 목소리를 내는 듯 담백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예술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바는 

예술은 사람들 마음 속에 타오르는 내적 연소이며

그것을 천박하게 드러내어 공공연하게 과시하는 일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술의 목적은, 신경을 흥분시키는 아드레날린을 순간적으로 분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조금씩 일생 동안 설레는 놀라움과 차분한 평온의 심적 상태를 구축하여 나가는 것이다.”



라는 그의 말은 충격적일 정도로 마음을 친다.



 나는 마음이 쪼다 같아서 여기 저기 흔들린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 지 알면서도 흔들린다

쓰고 싶은 글이 그러하면서. “그 때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 는 것이 진심이면서

오늘 내 글이 왜 선택되지 못 하였을까. 하는 일희일비의 마음으로 불안해한다

작가이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굴뚝같다. 그러나 작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언제까지나 일생 동안 설레는 놀라움과 차분한 평온의 상태로 글 쓰는 사람이면 되는 것이다.







글렌 굴드는

색채감을 특징으로 하는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단다.

그래서 이렇게나 담담한 음들이 연결되는 것이다

오직 그가 연주하는 순간만이 있다

그래서 오히려 그도 사라지고 그의 음악만이 머리 속을 가득 채운다



어떤 이미지보다 생명력, 봄눈의 집념과 같은 명료한 언어를 이야기하고 있다

관념적이다. 그 관념적인 성실한 해석이 오히려 아름답다달 항아리같다

화려함이 주는 기상천외한 센세이션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질감과 형태에의 묵직한 감동이다



연주를 하는 글렌 굴드의 모습은 절실해 보인다

단 한 올의 실수가 없는 완벽한 검은 카페트같다

빛의 세기와 강도 농도에 관계없이 

겨울 눈에 반사된 옅은 달빛에도 균일하게 빛나는 

완벽한 검은 카페트.



집착적으로 음 하나하나의 연주에 완벽을 기했던 연주자로서의 모습과는 반대로

극단적인 빠르기나 생소한 강약법에 대한 음악 해석을 내 놓아

평생 논란에 휩싸였다고 한다.


자기 식대로 사는 데에 정통한 사람이지 싶다.